본격적인 단풍철이 시작되고 있다. 아침 기온이 떨어지면서 설악산에 첫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나와 등산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붉은 낙엽길이 곳곳에 펼쳐진 산은 굳이 등산 마니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한번쯤 밟아보고 싶은 곳이다.
특히 등산은 종아리와 무릎, 허벅지 등의 근육을 골고루 발달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척추뼈를 지지하는 복근과 척추세움근이 단련돼 척추근육이 튼튼해지면서 척추 부담이 줄고, 신경말단까지 골고루 혈액순환이 촉진돼 만성적인 척추질환에도 효과적이다. 2시간 이상 등반과 하산하는 과정은 유산소운동으로도 손색없다.
하지만 관절이 약하거나 척추디스크를 앓고 있는 이들에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송상호 웰튼병원장은 "울퉁불퉁한 산길을 오르내릴 때 자기도 모르게 걸음걸이가 흐트러져 발목과 관절이 삐거나 연골의 손상을 입을 수 있다"며 "무릎을 구부렸다 펼 때 무릎 주위 근육이나 힘줄에 무리가 가고 관절 내 압력이 증가해 통증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허리가 뒤로 젖혀지며 신경이 눌려 허리디스크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건강한 등산을 위해 준비해야 할 첫 번째는 옷이다. 낮에는 선선한 바람으로 기분이 좋지만 산악지대로 가면 지면보다 약 5도 정도 기온이 낮아진다. 게다가 땀이 식으면서 젖은 몸은 20배 정도 체온이 빨리 떨어진다. 따라서 땀을 잘 흡수하고 또 잘 날려버릴 수 있는 소재의 옷이 좋은데, 목면이나 청은 땀 흡수가 좋아도 젖으면 쉽게 마르지 않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상의 재킷은 속에 여러 벌을 겹쳐 입을 수 있도록 넉넉한 사이즈를 구입하고 하의는 등산시 가장 많이 움직이는 부위이므로 신축성이 뛰어나고 흙이나 돌이 등산화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발목을 충분히 덮을 수 있는 길이를 선택한다.
평소 요통이 있는 사람이라면 배낭과 스틱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조태연 서울 튼튼병원 척추센터 원장은 "무거운 배낭을 한쪽으로만 메면 척추뼈의 정렬이 어긋나 허리통증이 더 심해지고 디스크도 유발할 수 있다"며 "배낭은 양쪽으로 메고 배낭의 무게는 몸무게의 10% 이상을 넘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등산스틱을 사용하면 체중을 스틱으로 분산시켜 척추로 가는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발을 내딛는 충격도 완화해줘 관절염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스틱의 끝(침)이 오래 써도 뭉개지지 않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스틱 끝이 두루뭉술해지면 바위나 얼음 위를 찍을 때 미끄러져 다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등산 전 식사도 쾌적한 등산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등산 전 많은 힘을 비축하기 위해 고단백식이나 고지방식을 섭취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이지은 서울 튼튼병원 내과 원장은 "고단백식은 체내 대사과정에서 수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고단백식을 하고 등산을 하게 되면 갈증이나 탈수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지방은 위 속에서 소화되는 시간이 오래 걸려 산행길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등산 전 가장 좋은 식단은 저지방 저단백 고탄수화물식이다. 식사는 급체를 일으키지 않도록 등산 2~4시간 전에 하고 물이나 오이를 따로 챙겨 수분 부족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양갱이나 초콜릿, 소시지, 사탕 같은 간식도 열량을 보충해줄 수 있다.
등산 직전 혹은 등산 중 음주와 흡연은 금물이다. 하산하다가 식당에 들러 술과 흡연을 하는 등산객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흡연은 일산화탄소로 인한 산소 부족 현상을 악화시켜 심장에 부담을 더하게 되며, 음주를 하면 평형감각이 떨어져 부상당할 확률이 높은 만큼 특히 하산 길에서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알코올로 인해 저체온증과 탈수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산행을 할 때는 오르내릴 때 자세와 보폭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걸음걸이는 보폭을 작게 해 자주 움직이고 허리를 굽히지 말고 펴야 디스크로 가는 압력을 줄일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산행사고도 유의해야 한다. 낭떠러지나 절벽도 위험하지만 아침이슬에 젖은 이슬길이나 낙엽으로 덮여 있는 산길에서 미끄러짐 사고가 더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슬에 젖은 길은 빗길처럼 미끄러운 상태. 특히 노인이나 중년 여성은 골다공증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자칫 미끄러지면 척추뼈가 캔처럼 짜부라지는 척추압박골절을 당할 위험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낙엽으로 덮인 길은 아래 돌이나 웅덩이가 보이지 않아 발을 헛딛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
산행을 마치고 나면 관절의 피로와 통증을 없애기 위해 냉·온탕 요법이 좋다. 먼저 뜨거운 물속에서 3분 정도 몸을 데웠다가 찬물에서 짧게 몸을 담갔다 다시 뜨거운 물에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물속에서 벽에 등을 기댄 채 다리를 움직이는 등 가벼운 운동을 해도 좋다.
산행 중 생긴 통증이 지속될 때는 마사지를 해주면 좋다. 따뜻한 수건으로 온찜질을 해주면 관절의 혈액순환이 순조로워져 통증을 줄여준다. 따뜻한 물에 아픈 관절을 담그고 구부렸다 펴는 식으로 움직이면 운동효과도 거둘 수 있다.
송 원장은 "통증과 함께 열감, 부종이 생기면 냉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며 "산행 후 관절 부위가 붓거나 뜨겁다면 관절 내의 압력이 올라가 신경을 건드려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아이스팩 등을 대 통증과 근육 강직을 완화시켜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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