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민준이는 놀이터에서 그만 팔을 다쳤다. 앞으로 넘어지면서 땅을 짚어 팔이 까진 것. 민준이의 부모는 민준이에게 특별한 외상이나 부기가 없어 상처에 소독제를 바르고 붕대를 감아 상처를 치료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민준이는 계속 칭얼댔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병원에 데려갔을 때, 부모는 깜짝 놀랐다. 팔에 미세하게 골절이 있었던 것이다. 더 늦었으면 혹시 뼈가 잘못 붙었을 수도 있었다는 말에 부모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부러지지 않고 꺽이는 녹봉골절
소아나 어린이의 골절을 녹봉골절(綠棒骨折)이라고 한다. 녹봉골절은 나무의 푸른줄기가 꺽어지긴 하지만 부러지지 않는 특성이 아이들의 뼈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이들의 뼈는 수분이 많아 어른에 비해 부드럽고 유연해 완전히 부러지기보다 미세하게 금이 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일반적인 골절증상과 달라 진단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서울 튼튼병원 은평점 관절센터 이승용 원장은 "일반적으로 뼈가 부러지면 우선 부기와 통증이 심하고 골절된 부위의 형태가 변하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녹봉골절의 경우에는 이런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아이의 경우 의사표현이 서툴러 증상이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한 엑스레이 검사를 해도 아이들의 뼈가 연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발견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다행스럽게도 어린이 골절이 발생했을 때는 대부분 골절부위를 맞추고 석고 고정으로 일정기간 고정하는 것으로도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그러나 초기 진단이 부적절하게 된 경우, 이미 골유합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뼈가 기형으로 자라나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골절이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어린이 골절로 인해 장애가 일어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성장판의 손상, 잘못된 유합, 과성장의 경우다. 어린이의 관절에는 연골로 이뤄진 성장판이 있는데 이 성장판은 인대보다 약한 특징이 있다. 미국의 경우 어린이 골절의 약 20%가 성장판 골절이며 이중 5%는 뼈가 휘거나 자라지 않는 등 기형적 성장을 하게 된다.
성장판이 손상되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골절로 인해 성장판이 손상된 경우 치료 후 약 4개월이 지나야 후유증의 여부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에 만약 성장판 손상이 있다면 차후에 꼭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어린이의 뼈는 빨리 아문다. 같은 골절이라고 성인이 4주정도 걸릴 때 어린이는 1~2주 정도면 뼈가 붙는다. 이유는 뼈에 혈액을 공급하는 막인 골막이 어른보다 훨씬 두꺼워 혈액공급이 원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뼈가 빨리 자라기 때문에 자칫 골절부위를 맞추는 시기를 놓치거나 치료과정 중에 골절 부위가 어긋나서 다시 뼈를 맞추어야 하는 경우엔 이미 골유합이 시작돼 치료가 어려워진다.
치료가 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대퇴뼈가 붙는 과정에서 다친 쪽으로 과성장이 와서 양쪽의 균형이 맞지 않게 되는 경우다. 과성장은 다친 부위에 혈액의 공급이 집중되며 다친 쪽 다리가 그렇지 않은 쪽보다 더 많이 자라게 되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골절이 일어난 부위를 일부러 짧게 맞춰 놓고 길이를 맞추는 치료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어린이 골절은 어른과 달라서 기브스를 푼다고 해서 완전히 치료가 끝난 것이 아니다. 차후에 발생할 성장장애나 기형을 대비하기 위해서 기브스를 푼 이후에도 2~4개월에 한번씩 전문병원을 방문해 뼈가 제대로 자라고 있는지 검사를 해 볼 필요가 있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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